인간의 삶은 사회적 관계의 연속이고, 사회적 관계의 핵심은 대화로 이루어진다. 즉, 대화는 인간 사회가 구성되고 유지되는 기초적 전제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대화에 일정한 원칙이 있다고 하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영국의 언어철학자 폴 그라이스가 대화의 4가지 원칙을 천명한 것이 그것이다. 그가 말한 첫 번째 원칙은 양(量)의 원칙이다. 이는 대화에서 적절한 양에 관한 기준으로 필요한 만큼만 발언하고 대화에 임하는 절제의 미덕을 강조한다.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자세가 경청이다. 경청이 전제되어야 공감할 수 있고, 대화가 상승효과를 거두어 함께 미래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말만 앞세우고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태도는 대화의 근거를 무너뜨린다. 절제의 미덕으로 자신의 말을 필요한 수준으로 줄이는 노력이 대화의 중요 원칙이자 전제라는 것이다.
둘째는 질(質)의 원칙이다. 대화는 진실하고 정확한 정보와 자료에 근거해야 하고, 거짓과 과장을 경계하며 부정확한 내용이 담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대화 과정에서 이를 어기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우격다짐으로 자신의 논리 부족을 메우려 하고 과장과 침소봉대를 넘어 거짓으로 강변하기도 한다. 가짜뉴스가 사회적 골칫거리로 등장한 상황까지 고려하면 대화에 있어 질의 원칙은 양보할 수 없는 기준이라 할 것이다.
셋째는 관련성의 원칙이다. 말하는 내용이 대화 주제나 맥락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엉뚱한 이야기로 대화의 흐름을 차단하거나 망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신의 행위와 발언에 대해 비판받는 경우 적절한 근거를 제시하여 배경과 경위를 설명하는 대신 상대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거나 인신공격성 발언에 나서는 경우 등이 그렇다.
마지막으로 대화의 방법이 중요하다. 이는 대화의 실효성과 설득력에 관한 것으로 자신이 말하는 내용의 배경, 근거 및 취지를 합리적으로 전달하여 대화의 유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원리다. 적절한 예를 들거나 비교 가능한 대상과 대비하여 설명하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