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식과 열정이 회사 성장의 기반 능력 있는 직원 승진·보상으로 동기 부여
사장들은 열정이 넘친다. 창업주는 당연하고, 내부 승진으로 CEO까지 올라간 사람도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러나 "월급쟁이 마인드"를 버리고 회사의 주인이 자기라고 생각하면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직원은 많지 않다.
조운호 전 웅진식품 사장(현 하이트진로음료 대표)은 불과 38세의 나이에 부장에서 단숨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웅진식품은 당시 부채가 700억원이 넘고 적자는 450억원을 기록했을 정도로 위기 상황이었다. 그는 사장 취임 2년 만에 흑자를 냈다. 그는 웅진식품 시절에 대해 "나는 이 회사의 CEO가 아니었다. 사장도, 임원도 아니었지만 내 손에 우리 회사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생각했다. 제품 이름 정하는 것에서부터 디자인 그리고 파트너사 챙기기까지 모두 내 일이라고 생각한 것은 그런 나의 의지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미 CEO였던 것이다"라고 했다. 이처럼 직원이 직장 생활에 열정을 갖게 하는 것은 CEO에게 중요한 임무다.
UPS의 트럭 운전기사가 차에서 택배 상자를 나르고 있다. 커크 쿠엔 전 UPS CFO는 트럭 운전기사 출신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했다. /블룸버그 세계적 택배 회사 UPS는 직원들에게 열정을 불어넣는 기업이다. 전 세계 UPS 직원은 43만 명에 달한다. 배송기사, 창고 운영 인력 등 인력이 많이 필요하고, 또 고객을 직접 만나야 하는 업종이어서 성장을 위해선 노사 관계가 안정돼야 한다.
UPS는 단순히 물건을 배송하는 트럭 운전기사로 입사했더라도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능력을 인정받으면 경영진 자리까지 승진할 수 있다.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면 그에 걸맞은 보상을 받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서 열정적으로 일한다. 그러면 당연히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 커크 쿠엔 전 UP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977년 UPS에 트럭 운전기사로 입사해 승진했다.
UPS가 독일에 진출했을 때 독일의 택배 업체 트럭 운전기사들은 직장에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UPS는 급여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리고, 능력을 인정받으면 임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이·배경 관계없이 파격 발탁 필요 회사의 주인처럼 일하는 직원을 발탁하는 것도 중요하다. 웅진식품의 경우에도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승진의 첫 번째 조건은 개개인의 능력이어야 한다고 믿는다"라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이번에 사장으로 발탁한 사람은 젊지만 창의력이 있고 의지가 분명한 인재다. 이번 인사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른다. 1년에 100억원씩 적자를 내는 회사의 명함을 내미는 일은 창피하지 않고, 젊은 사장 밑에서 일하는 것은 창피하냐"라면서 기획조정실에 있던 조운호 당시 부장을 사장으로 임명했다.
나가모리 시게노부 일본전산 회장 남보다 두 배 일하고 쉴 때도 일 고민해야 나가모리 시게노부 일본전산 회장이 일본 교토의 본사 로비에 서 있다. /블룸버그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 일본전산 회장(사장·CEO 겸임)은 일본에서 가장 열정적인 경영자다. 일본 교토의 가난한 집안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장학금을 많이 주는 직업훈련대학교 전기과를 졸업했다. 30세가 되던 1973년 가정집 한 귀퉁이 창고에서 전기모터 회사 일본전산을 창업해 이 분야 세계 1위 회사로 성장시켰다. 창업 40여 년 만인 지난해(2016년 4월~2017년 3월) 매출액은 1조1993억엔(약 12조4482억원)이고, 직원은 총 10만7062명(2017년 3월 말 기준)에 달한다. 일본전산은 일본 재계에선 그리 크지 않은 회사다. 그러나 나가모리 회장이 유명해진 것은 그의 강력한 기업가 정신과 독특한 철학 때문이다. 창업 초기에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 "밥빨리 먹기" "큰 소리로 말하기" 시험을 봤다는 일화가 대표적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밥 빨리 먹기 시험은 명문대 출신은 아니지만 잠재 능력이 많은 사람을 뽑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런데 어느 시험보다도 효과 만점이었다"라며 "일본전산에서 세계적 발명품이 나오고 세계 챔피언이 됐는데, 그것을 만든 사람은 그때 밥 빨리 먹고 목소리 커서 뽑힌 사람들이었다"라고 했다. 직원과 소통하며 열정 심어줘 평범한 인재를 천재로 만드는 덴 나가모리 회장의 동기 부여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의 지론은 능력의 개인 차는 아무리 커도 5배를 넘지 않지만, 의식의 차이는 100배의 격차를 만든다는 것이다. 일본전산의 3대 정신 중 하나인 "정열, 열의, 집념." 나가모리 회장이 직접 썼다. /일본전산 일본전산의 3대 정신은 "정열·열의·집념" "지적 하드워킹" "바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이다. 나가모리 회장은 남들보다 두 배 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두 배 일한다"는 것은 단순히 근무 시간이 두 배라는 게 아니라 "지적 하드워킹"을 뜻한다. 쉬고 있을 때나 무의식 중에도 일에 대해 고민하면서 생각으로 일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전산은 지금까지 총 54개의 회사를 인수·합병(M&A)했다. 나가모리 회장은 인수한 회사에도 예외 없이 특유의 "열정"을 불어넣었다. 그는 인수한 회사의 경영을 모두 정상화시켜 "기업 재생의 신(神)"으로 불리는데, 피인수 회사의 직원들이 열정을 갖도록 한 덕분이다. 나가모리 회장은 2003년 10월 일본전산에 인수된 "일본전산산교(옛 산교세이키제작소)"에 "개혁"이라는 의식이 일반 직원에까지 스며들도록 커뮤니케이션을 충분히 실시했다. 그는 전산 본사를 비우고 매주 2박 3일 일정으로 나가노로 출근했다. 가서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직원들과 식사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