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서울 지하철 역사 내에 위치한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서면 쉽게 만날 수 있었던 청년 아르바이트생 대신 연륜있는 이들이 손님을 반긴다. 편의점에 들르는 손님들로부터 점주이거나 그의 가족으로 오해받는 일이 다반사지만 아르바이트로 근무하는 직원이다.
충남 당진시에도 시니어 근로자만 채용한 편의점이 문을 열었다. 지역 어르신 20명이 교대로 근무하며 편의점을 운영하는 'GS25 시니어 스토어'가 지난 7일부터 영업을 개시했다. 이밖에도 시니어 아르바이트 근로자의 모습은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희귀한 사례였으나 최근에는 도심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이처럼 이전에는 주로 대학생 등 어린 청년세대의 주요 일자리였던 편의점, 카페, 식당 서빙 등의 일자리에서 시니어 즉 고령 근로자를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청년 일자리가 점차 노인일자리로 개편됨에 따라 앞으로는 학생과 아르바이트 근로자의 합성어인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용어가 희소해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 신체능력 우수한 고학력 고령층 증가, 시니어 활용방법 다양해진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4년 4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29세 이하 청년층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8만 6000명 감소한 239만 1000명으로 나타났다. 무려 20개월이 넘게 감소세가 지속될 뿐더러 4월에는 감소 규모도 대폭 커졌다.
이처럼 청년층의 취업자 수 감소가 계속되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청년 인구의 감소와 고용시장 변화 있다고 본다.
실제로 29세 이하 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23만 1000명이 줄었다. 저출산 문제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앞으로 청년층 인구 감소는 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인구구조 변화로 노년층은 크게 늘고 있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시기,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년층에 접어든데다가 의료 기술의 발달, 생활수준 향상 등의 영향으로 평균 여명이 늘면서 고령층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4월 말 기준 고용통계에 따르면 청년층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크게 줄고 5060 고령층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까닭에 노년층의 일자리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4월 고용행정 통계에서도 청년층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줄어든 반면 50대 가입자는 11만9000명, 60세 이상 가입자는 20만명 증가하면서 중장년층이 가입자 수 증가를 견인했다.
통계청이 지난 달 11일에 발표한 '2022년 기준 장래인구 추계를 반영한 내·외국인 인구 추계:2022~2042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25년 1000만명을 돌파한 뒤 2042년에는 전체 인구 중 36.9%를 차지하는 1725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인구를 제외한 생산연령인구 15세~64세 인구는 반대로 2022년 70.5%인 3527만명에서 2042년 55.0%인 2573만명으로 줄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보다 앞서 인구 구조 변화로 일손 부족에 시달린 일본에서도 고령근로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일본 외신에 따르면 도요타는 한정적으로 예외를 인정했던 65세 이상 시니어 사원 재고용을 8월부터 전 직종에 확대할 예정이다.
도요타의 정년은 60세 까지나 인사 제도를 변경해 재고용 연령을 70세까지로 늘리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실질적으로 정년이 70세까지 연장됐다. 일본은 도요타 뿐 아니라 시니어 인력 활용 확대를 위해 정년 제도를 폐지하는 기업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일본의 65세~69세 인구 취업률은 52%로 절반을 넘기고 있다.
한편, 청년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줄고 노인 일자리가 늘어난 데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영향도 있으나 고용시장의 채용 기조가 변화한 영향도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건비 부담을 겪는 주요 업종에서 낮은 비용으로 고용하던 청년층 대신 고령층을 선호하는 기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고령층은 신체 거동이 불편하거나 학력수준이 낮다는 점 등에서 일자리 시장에서 도태됐지면 현재는 같은 연령대 기준 과거보다 월등히 신체 능력이 높은데다 학력수준이 높은 고학력 노년층도 해마다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08년 무학력 노년층은 33%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2020년에는 불과 10.6%에 그친다. 반면 중학교 이상 기본 교육을 이수한 학력자 비중은 29%에서 57.5%로 2배 이상 늘었다.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 이상의 고학력 고령층 비중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충분한 신체능력이 확보된 데다가 청년층보다 사회경험이 풍부한 고령층이 고용시장에 유입되면서 고령 근로자가 청년 근로자보다 더 선호되고 있다. 특히 일부 산업에서는 소비대상, 고객층 역시 청년세대보다 실버세대 즉 고령자가 늘면서 상호 간 소통이 원활한 고령근로자가 더 경쟁력있는 자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또 고령층 근로자가 노화로 인해 겪는 자연스러운 신체능력 저하를 보완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 로봇 개발 등이 속도를 내면서 고령층 활용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저출산으로 향후 노년부양비에 대한 우려가 깊어짐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도 고령 근로자 중심 일자리 개편을 서두르는 것 또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고령근로자가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면서 신규채용시 고령층을 고려하는 기업이 늘거나, 계속고용장려금을 활용하려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는 덕이다.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아웃소싱 기업도 시니어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인력수급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높아지는 고객층을 대상으로 전문성있는 시니어컨설턴트나 시니어 판매판촉 사원 양성은 전문성과 고객공감 두 요소를 모두 충족하면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캠코는 시니어 전담 상담 콜센터를 개소했다. 시니어 고객층이 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버산업이 증가하고있다. 아웃소싱 기업도 시니어 고객층을 만족시킬 수 있으면서 동시에 시니어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다만 갈수록 강화되는 산업안전보호법에 따라 고령 근로자의 건강 문제나 시니어 근로자를 관리하는 데 따르는 중간관리자의 업무 스트레스 증가 등은 고령 근로자 활용에 앞서 해결해야할 선제적 문제로 남아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2년 산업재해 현황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업무상사고 재해자 10만7212명 중 30.7%(3만2891명)는 60세 이상 고령층으로 나타났다.
신체능력 저하로 사고 회피 능력이 떨어지고 노년에 접어들며 기저 질환 발생 확률도 높은 까닭이다. 산재 사고에 대한 기업 책임이 커지고 있어 고령층 근로자 고용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대해 세종대학교 시니어산업학과 박흥진 교수는 "고령 인구 증가로 고령층 근로자 고용은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다. 산재나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위험도가 낮은 사무업무에 시니어 인력을 배치하는 등 활용법을 계속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