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중장년 노동시장의 현황' 보고서 발표
중장년 이직 시 낮은 직무성향으로 이직 경향 높아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빠른 30~40대 일자리 질 하락
지난해 진행된 영등포구 중장년 희망일자리박람회 모습. 여러 이유로 경제활동을 이어가야하는 중장년이 다수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전문적인 업무에서 종사하던 중장년 층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 후에는 단순 육체노동에 종사한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런 내용의 ‘직무 분석을 통해 살펴본 중장년 노동시장의 현황과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장년 인력의 노동시장 활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직무단절을 겪은 중장년 다수가 단순 노동으로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조사는 직무를 5가지(분석·사회·서비스·반복·신체)로 분류하고 1998~2021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이용해 연령대별 변화를 회귀분석했다. 조사 결과 나이가 들수록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고 내몰리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분석적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일자리 종사자 비율이 30대에서 가장 높았다가 50대 이후 급감했다. 연령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반복적 신체적 업무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50세 미만 연령대에서 이직한 경우에는 분석 직무 성향이 거의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하기도 했으나 50대 이상 연령대에서 이직할 때는 분석 직무 성향이 크게 하락했다.
KDI는 “나이가 많을수록 상대적으로 저숙련·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증가한다는 것”이라면서, “실직과 퇴직 등 기존 일자리를 떠나 새로운 일자리에서 일하게 될 때 직무 구성 변화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젊은 연령대에서 이직이 발생할 시 기존 일자리와 직무구성이 비슷한 일자리로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으나 50세 이후 이직시에는 기존 일자리보다 분석, 사회 직무 비중이 낮은 육체 노동 일자리로 재취업하는 경향이 뚜렷했던 것이다.
여성의 경우에는 직무성향이 낮아지는 시점이 남성보다 더 빨랐다. 여성은 남성보다 이른 30~40대에 일자리 질이 낮은 쪽으로 직무 성향이 변경되었으며 이는 출산, 결혼, 육아 시기와 맞물리는 것으로 보인다.
KDI는 중장년층이 생산성 하락이 없고 계속 기존 업무를 이어갈 능력이 충분함에도 관련없는 직무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직무 연속성을 확보해 직무 단절을 최소화하고 성과 위주 연봉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지연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재직기간보다는 직무의 내용과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를 확대 도입해 직무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장년층 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법정 정년 연장에는 회의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법정 정년 이전에 주직장에서 조기퇴직하는 근로자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법정 정년 연장의 실효성은 낮다는 것이 연구원의 주장이다.
연구위원은 기계적인 정년 연장보다 정년 퇴직 후 재고용 제도의 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